계약서 스캔본이 20MB라 메일에 안 붙습니다. PDF 압축해주는 사이트는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나오죠. 그런데 파일을 끌어다 놓기 직전에 손이 한 번 멈춥니다. 이거 올려도 되나.

그런 사이트들은 대부분 안심시키는 문구를 걸어둡니다. 안전하게 처리된다, 자동으로 삭제된다. 문제는 언제 지워지는지, 예외는 없는지까지 적어둔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적어뒀다 해도 어느 문서에 있는지 알기 어렵고요.

그래서 한 곳을 골라 원문을 처음부터 찾아 읽었습니다. iLovePDF입니다. 어느 문서에 적혀 있는지부터가 예상과 달랐습니다.

파일이 내 컴퓨터를 떠나는지부터 봅니다

떠나지 않으면 보관 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PDF를 압축하거나 워드로 바꿔주는 사이트는 크게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브라우저 안에서 계산을 끝내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파일을 서버로 받아서 처리한 뒤 결과물을 돌려주는 쪽입니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아 보입니다. 파일을 끌어다 놓고, 잠깐 기다리고, 내려받습니다.

차이는 그 잠깐 사이에 생깁니다. 서버로 보내는 쪽이면 내 파일의 복사본이 남의 컴퓨터에 잠시 존재합니다. 언제 지워지는지, 예외는 없는지가 문서에 적혀 있습니다. 적혀 있는데도 아무도 안 읽는 게 문제죠.

iLovePDF는 서버로 보내는 쪽입니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약관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파일이 "processed on ILOVEPDF's servers"라고요. 그래서 보관 기간을 따져볼 이유가 생깁니다.

삭제 조항은 보안 페이지에 없었습니다

찾는 데 시간이 걸린 이유

보통 이런 정보는 "Security" 페이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보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거기부터 봤는데 없었습니다. 여러 리뷰 글이 보안 페이지를 근거로 삭제 시점을 얘기하지만, 실제 문장은 거기 없습니다.

숫자가 적힌 곳은 개인정보처리방침입니다. 그것도 페이지 중간의 6번 항목 "How long do we keep your personal data?" 안에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개인정보 이야기라 파일 얘기가 여기 있으리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찾아가는 길

ilovepdf.com/help/privacy 접속 → Ctrl+FTWO 검색
보안 페이지가 아니라 개인정보처리방침입니다.

두 시간 — 문장을 그대로 읽어보면

한 문장 안에 정보가 세 개 들어 있습니다

해당 문장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길어서 한 번에 안 읽히는데, 그게 이 문장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Also, please note that, except for iLoveSign services, to which the storage period of files contemplated in their respective Specific Terms of Service apply, ILOVEPDF will delete the files of your Content (as defined in the Specific Terms of Service) within TWO (2) HOURS of being processed on ILOVEPDF's servers."

또한, iLoveSign 서비스는 각각의 특별 이용약관에 규정된 파일 보관 기간이 적용되며, 이를 제외하고 ILOVEPDF는 귀하의 콘텐츠 파일을 ILOVEPDF 서버에서 처리된 후 두 시간 이내에 삭제합니다.

읽어보면 정보가 세 개입니다. 하나, 삭제 기준 시점은 업로드가 아니라 "처리된 후"입니다. 둘, 기간은 두 시간 이내입니다. 셋, iLoveSign은 여기서 빠집니다.

세 번째가 문장 앞쪽 삽입구에 들어가 있어서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영어 문장 구조상 "except for…"가 주어 앞에 끼어 있는데, 급하게 읽으면 두 시간이라는 숫자만 남고 예외는 흘려보내게 됩니다.

예외가 하나 있는데, 그 숫자는 여기 없습니다

읽으러 갔는데 다른 문서로 넘겨집니다

iLoveSign은 전자서명 서비스입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받는 그 기능이요. 그리고 이 문장은 iLoveSign 파일에는 두 시간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럼 얼마나 보관하느냐. 이 문서에는 안 나옵니다. "각각의 특별 이용약관에 규정된 기간이 적용된다"고만 하고 끝납니다. 숫자를 알려면 그 특별 약관을 따로 찾아 읽어야 합니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약관을 찾아 읽었는데도 정작 궁금한 숫자는 또 다른 문서로 미뤄집니다. 위법한 것도 아니고 숨긴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한 번 읽어서는 답을 못 얻는 구조일 뿐입니다.
계약서를 다루신다면 이 지점을 기억해두세요. 단순 변환과 전자서명은 다른 규칙을 따릅니다.

이미지_ilovesign 보관 기간 조항

전자서명 문서를 오래 보관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나중에 "이 서명이 진짜냐"를 다투게 되면 서명 이력이 남아 있어야 증명이 되니까요. 법적 효력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합니다. 다만 그 기간이 얼마인지는 알고 쓰는 게 맞습니다.

파일과 개인정보는 규칙이 다릅니다

같은 항목 안에 있는데 기준이 따로입니다

같은 6번 항목의 앞 문단은 파일이 아니라 개인정보 이야기입니다. 이메일 주소나 결제 정보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여기에는 시간 숫자가 없습니다.

"We only store your personal data to the extent that its retention and processing are necessary to fulfil the purposes for which it was collected (for example, for as long as you continue to use our services)…"

우리는 수집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만 개인정보를 보관합니다(예: 귀하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동안).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동안"입니다. 계정을 만들어 두고 안 지우면 그 기간이 계속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파일은 두 시간인데 개인정보는 기한이 열려 있습니다.

이건 이 회사만의 얘기가 아니라 대부분의 서비스가 비슷합니다. 다만 "파일이 두 시간 뒤 지워진다"를 "내 흔적이 두 시간 뒤 사라진다"로 읽으면 틀립니다. 두 가지는 다른 규칙을 따르고, 문서도 그걸 문단을 나눠 구분해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파일은 올리지 마세요

두 시간이 짧아도 사고가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들

가급적 피하세요

·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가 그대로 보이는 서류
· 회사 대외비 표시가 있는 문서 — 약관보다 사내 규정이 먼저입니다
· 남의 개인정보가 들어간 파일 — 내 정보가 아니라 동의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 의료 기록·진단서
·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계약 조건이 담긴 초안

이럴 땐 괜찮습니다

이미 공개된 자료, 개인정보가 없는 발표 자료, 스캔한 책이나 논문, 사진 위주 문서. 급하게 용량만 줄이면 되는 경우라면 두 시간 뒤 삭제는 충분히 합리적인 약속입니다. 삭제 시점을 문서에 적어둔 것만으로도 그러지 않은 사이트들보다 낫습니다.

여기까지 확인한 것

근거 등급을 함께 적었습니다 — 직접 확인한 것과 못 찾은 것을 구분했습니다

항목 결과 근거
파일 전송 서버로 전송 직접 확인
보관 기간 처리 후 2시간 이내 삭제 직접 확인
예외 iLoveSign은 별도 특약 적용 — 기간은 미기재 직접 확인
무료 한도 횟수·용량 수치를 찾지 못함 명시 없음
가입 필요 이번 글에서는 확인하지 않음 미확인

자주 묻는 질문

본문에서 못 다룬 것들

Q.다운로드하고 탭을 닫으면 서버에서도 지워지나요?

A.아니요. 탭을 닫는 건 내 화면만 사라지는 겁니다. 약관의 기준은 "처리된 후 두 시간"이라 내가 창을 닫든 말든 그 시계는 따로 갑니다.

Q.비밀번호가 걸린 PDF를 올리면 그 비밀번호도 넘어가나요?

A.비밀번호 해제 기능을 쓰려면 입력해야 하니 전달됩니다. 그 비밀번호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는 6번 항목에 별도로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도 쓰는 비밀번호라면 피하는 게 낫습니다.

Q.한국 서비스를 쓰면 더 안전한가요?

A.서버 위치와 안전은 별개입니다. 국내 서비스라도 보관 기간을 안 밝히면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적이 아니라 문서에 적어뒀는지로 판단하는 게 맞습니다. 적어뒀는데 찾기 어려운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다릅니다.

Q.다른 PDF 사이트들도 이런가요?

A.이 글에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 약관은 따로 읽어보고 별도 글로 올리겠습니다. 읽지 않은 걸 짐작으로 쓰지 않으려 합니다.

판정

개인정보 없는 문서를 급히 변환하는 용도라면 무난합니다. 두 시간이라는 숫자를 문서에 적어둔 것만으로도 신뢰할 만합니다.
계약서라면 전자서명 기능은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두 시간 규칙에서 빠지는데 대신 얼마나 보관하는지는 그 문서에 안 나옵니다. 사내 문서를 자주 다루신다면 자체 설치형 도구를 세팅해 두는 편이 결국 편합니다.

어떻게 확인했나 · 2026년 8월 27일, iLovePDF 개인정보처리방침(help/privacy) 6번 항목 원문을 화면에서 직접 읽었습니다. 본문 인용문은 그 화면에 보이는 문장 그대로이며, 리뷰 글이나 요약 도구가 준 문장은 쓰지 않았습니다.

약관은 예고 없이 바뀝니다. 바뀐 걸 발견하시면 알려주세요. 무료 한도와 iLoveSign 보관 기간은 아직 확인하지 못해 각각 "명시 없음"으로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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